요즘 블랙홀 이슈는 코로나지만, 어제의 최고 화두는 긴급재난지원금 지원방안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전세계 의료 시스템이 붕괴될 위기에 처한 것도 사실이지만, 경제 시스템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최근 수개월의 일상을 돌아보면서 인간의 연약함과 무능력을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은 그러한 우리의 한계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허락된 가능성에 대해 다룬다.
바울은 먼저 우리가 하나님의 성전이고, 하나님의 성령이 우리 안에 계신다고 선언한다(16절). 물리적인 성전은 파괴되었지만(솔로몬의 제1성전, 학개와 스룹바벨의 제2성전, 헤롯의 제3성전 모두), 말씀이 육신이 되심으로 우리 가운데 장막을 펴심으로 주님이 친히 성전이 되어 주셨고(요 1:14), 그리고 이제는 우리에게 그 영광스러운 특권을 허락하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님의 성전을 더럽혀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성전이 거룩하니 우리도 거룩하기 때문이다(17절). 그런데 이것은 단순히 개인적인 성결이나 경건을 추구하라는 명령이 아니다. 왜냐하면 고린도전서의 문맥이 지금 교회의 분열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구절은 공동체의 거룩과 연합이라는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 교회는 거룩한 모임이기에 파벌적 행태로 교회를 파괴해서는 안된다(권연경).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속일 수 있고, 그것은 신자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사람은 다 자신이 지혜로운 줄 아나, 정말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을 자랑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여 자신을 어리석다고 여기고 낮추면, 참으로 지혜로운 자가 되고 주께서 우리를 높여주실 것이다(18절). 이 세상 지혜는 하나님 보시기에 어리석으며, 하나님은 소위 지혜 있는 자들이 자기 꾀에 빠진 자라고 선언하셨다(19절, 참고. 욥 5:13). 또한 주님은 지혜 있는 자들의 생각을 헛것으로 아신다고도 말씀하셨다(20절, 참고. 시 94:11).
그러므로 우리는 사람을 자랑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우주가 다 우리 것이기 때문이다(21절). 이 말은 우리가 만유의 주라는 의미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우주를 다스리도록 맡겨 주셨다는 말이다. 우리가 '맡은 자'[=청지기]이니 어찌 자랑할 수 있겠는가? 바울이나 아볼로나 게바[=베드로]나 세계, 사망이나 생명, 현재나 미래 모두 다 우리 것이다(22절). 하지만 우리는 그리스도의 것이고,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것이다(23절). 하나님 나라에 분명한 질서가 있다는 말이다. 성부 하나님이 1위시고, 성자 예수께서 2위시며, 우리는 어디까지나 대리-왕(agent-king)에 불과하다,
고린도전서는 자칭 "지혜"로운 자들에게 보낸 편지이기에 내용이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지혜가 있기에, 본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본문의 구조는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몇 가지 적용점을 이끌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첫째, 우리가 하나님의 성전이니 거룩함을 추구해야 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본문은 음행의 맥락이 아니라 분쟁의 맥락이므로,이것을 교회의 연합이라는 맥락에서 적용할 필요가 있다. "누구든지 하나님의 성전을 부수면, 하나님이 그 사람을 부술 것이다"(17상절). 교회의 거룩성은 단순히 경건한 예배나 개인적인 영성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몸을 구성하는 지체 모두가 연합과 일치의 정신으로 거룩하신 삼위 하나님을 섬길 때 가능한 것이다.
둘째, 이 세상의 지혜가 아니라 하나님의 지혜를 구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맞이해서 전세계 80여개 연구기관에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우리 모두의 소망은 하루라도 빨리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는 것이지만, 물리적인 최소기한이 1년이다. 그러하기에 지구촌의 모든 사람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긍휼에 호소하여 기도하고, 보건당국의 지침을 따르는 것 외에는 없다.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지혜로움을 명심하자(고전 1:25하).
셋째, 하나님은 세상을 만드시고 우리에게 맡기셨다. 이 말은 우주의 진짜 주인은 하나님이시라는 말이다. 우리가 할 일은 청지기로서 지구를 잘 관리하는 것이다. 코로나 덕택에 하늘이 맑아지고 있고, 강이 깨끗해지고 있단다. 그동안 인류가 무분별하게 지구를 파괴한 결과, 우리는 그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나는 어리석어서 주께서 코로나를 인류에게 보내신 진정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중 하나가 인간의 청지기적 소명을 회복하려는 것임은 안다. 주께서 속히 이 땅을 고쳐 주시고, 우리에게 청지기적 사명을 완수할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길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