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마이에서 호랑이 쇼를 본 적이 있습니다. 거대한 백호(白虎)가 등장하더니 사육사의 신호를 따라 움직이며 귀태(貴態)를 뽐냈습니다. 호랑이는 용맹한 듯 불 속을 뛰어들기도 했고 포효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호랑이 쇼의 클라이맥스 같았습니다. 백호는 싸이의 히트곡 ‘강남스타일’에 맞춰 이른바 말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관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면서 열광했습니다. 덩달아 손뼉을 치며 쇼는 끝났지만, 무언가 이상한 감정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숙소에 돌아간 뒤 지난 감정을 찬찬히 복기하면서 제 감정을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야릇한 슬픔이었습니다. 맹수의 왕이 사육사가 던져주는 고기 조각에 자존심을 던져버리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은 호랑이의 기품에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맹수의 야성을 잃어버린 호랑이를 보며 느낀 슬픔, 그것은 어쩌면 야성을 잃어버린 교회를 보며 느끼시는 하나님의 슬픔일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기독교인의 거룩한 야성을 그리워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