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이란 무엇일까? 언약을 넓게 보자면, 언약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다가오시는 방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즉, 언약은 ’하나님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시는가?‘를 규정하는 문제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실까요? 사실 우리는 피조물입니다. 피조물인 우리는 우리의 지식으로는 창조자이신 하나님을 알 수가 없습니다. 창조자 하나님과 피조물인 우리와의 차이가, 이 간극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입니다. 오직 하나님께서 먼저 낮아지셔서 우리에게 다가오셔야만 우리는 하나님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찾아오시는 방식을 가리켜서 ’언약‘이라고 말합니다. 찰스 스펄전은 “우리는 언약이 아니고서는 하나님을 알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언약이라는 방식으로 다가오시지 않으면 우리는 하나님을 알 수 없는 것입니다. 곧 언약을 통해서만 우리는 우리에게 찾아오시는 하나님을 알 수가 있다는 것이죠.
(2) 언약의 방법 : 약속과 의무
그러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하나님은 인간에게 어떻게 다가오실까?‘ 하나님은 ’약속‘을 통해 인간에게 다가오십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다가오시는데, 스스로 약속하시면서 다가오신다는 것입니다. 약속을 한다는 것은 자발적으로 그 약속을 지킬 ’의무‘를 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만약 제가 저희 아내에게 ‘여보, 내가 다음 달, 당신의 생일 때 서울 롯데 월드 타워의 최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사줄게!’라고 약속했다고 합시다. 그러면 저는 그 약속을 함을 통해서 스스로 의무를 지게 됩니다. 당일에 어떤 다른 일정이 생기지 않도록 시간을 비워야 하고, 레스토랑을 미리 전화해서 예약해야 합니다. 또, 근처에 미리 꽃다발이나 선물도 예약하고 준비해야 하고, 정성스레 편지도 써야 하겠죠. 저는 약속을 했으니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과 의무들을 해야 합니다. 자발적으로(?) 약속을 뱉었으니 그 의무를 져야 하는 것이죠. 이처럼 하나님은 우리에게 약속을 하시고 스스로 의무를 지십니다.
성경의 대표적인 언약이 바로 아브라함 언약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오셔서 약속을 주십니다. 창세기 17:2 “내가 내 언약을 나와 너 사이에 두어 너를 크게 번성하게 하리라 하시니”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내가 너와 내 언약을 세우리니”(창 17:4)라는 말씀에서 언약은 말 그대로 ‘약속’입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오셔서 많은 자손과 땅과 복을 약속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을 하시고, 이제 하나님은 그와의 약속을 지키시기 위해 스스로에게 그 의무를 지우셨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그렇게 약속을 하실 필요가 전혀 없으십니다. 창조주이신 하나님은 그런 약속 없이도 피조물에게 어떤 의무를 요구하실 수 있습니다. ‘내가 널 만들었으니 너는 나에게 복종해!’ 그러나 하나님은 그럴 필요가 없으신데도 불구하고, 인격적으로 아브라함에게 약속을 주십니다. ‘내가 너에게 좋은 것을 줄테니, 나를 믿어주겠니?’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약속을 보고 자발적으로 하나님께 순종합니다.
이는 앞의 예화에서 바로 논증할 수 있습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롯데 월드 타워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약속하고, 그 약속을 결국 지켰다고 합시다. 그러면, 약속에 신실한 남편에 대한 아내의 반응은 무엇이겠습니까? 아내 역시도 남편을 사랑하고 스스로 아내로서의 의무를 더 잘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약속을 주시면서 스스로 의무를 지십니다. 먼저 스스로 약속하셔서 의무를 지시고, 그 의무를 다하신 후에 아브라함에게 자발적인 순종을 요구하시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언약입니다.
(3) 언약의 특징
그럼 언약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첫 번째 특징은, 언약은 하나님께서 일방적으로 맺어주시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성경에서 언약을 말하는 표현 중에 중요한 표현이 바로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고, 너희는 나의 백성이라'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아주 독특하게도, 하나님께서는 언약을 맺으실 때, '우리가 함께 언약을 맺자'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언약을 선언하십니다. 이것이 두드러지게 잘 나타나는 구절이 창세기 17:7에서 “내가 내 언약을 나와 너 및 네 대대 후손 사이에 세워서 영원한 언약을 삼고 너와 네 후손의 하나님이 되리라”는 말씀이죠. 이 언약은 하나님의 선언으로 세워지는 언약입니다. 하나님께서 “내가 언약을 세우겠다”고 선언하시면, 언약이 세워집니다. 이 점에서 언약이 맺어지는 과정은 일방적입니다. 하나님께서 일방적, 주도적으로 찾아오셔서 상대방과 언약을 맺으시면 언약이 수립됩니다.
저는 제가 속한 교회의 중고등부 학생들에게 심방(방문) 약속을 합니다. 심방(방문)을 하겠다고 제가 시간 약속을 잡자고 하면 특히 여학생들은 연락을 받지 않고 때로 부담스러워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저는 ’아저씨‘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죠. 저는 저를 사역자로 생각하지만, 학생들에게는 단순한 아저씨(?)의 방문일 수도 있죠. 그래서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만약 ‘몇날 몇시에 학교 앞에 심방 갈게!’ 하고 일방적으로 약속하기라도 한다면, 그들은 저를 영원히 멀리할지도 모릅니다! 너무 일방적이니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다가오실 때에도 일방적으로 약속을 주십니다. ‘내가 너의 하나님이 될게!’ 하고 말이죠. ‘아니, 하나님께서 일방적으로 약속을 주신다니? 너무 강제적이거나 강압적인 것이 아닙니까?’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하나님의 언약은 우리에게 그 자체로 너무나 반갑고 기쁜 일이 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이 언약을 주실 때 우리에게 주어지는 선물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언약의 두 번째 특징입니다. 언약은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이라는 선물을 주는 언약이라는 사실입니다.하나님께서는 언약을 일방적으로 주실 때,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십니다. 하나님의 언약을 받은 자에게는 ‘영원한 생명’이라고 하는 선물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하나님의 언약을 어떻게 강압적인 것으로 느끼겠습니까? 오히려 하나님이 우리에게 언약을 주시는 것으로 우리는 영원한 생명이라는 큰 선물을 받으니 감사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세 번째 특징으로, 이 언약에 약속된 영원한 생명을 누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하나님의 언약에 믿고 순종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하나님께서 언약 안에서 찾아오실 때 인간에게 요구하시는 것은 믿음과 순종입니다. 언약에는 유일한 조건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 언약의 하나님을 믿고 순종하는 것입니다. 만약, 인간이 자기에게 다가오시는 하나님, 우리에게 자신을 주시는 그 하나님을 믿음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순종하지도 않으면, 그 언약의 목표는 그의 안에서 성취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언약에 있어서 인간에게도 분명한 책임이 있는 것이죠. 언약을 주신 하나님을 믿고 순종하지 않는 자는 언약 안에서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영생을 얻을 수 없습니다.
(4) 언약의 이유
그러면 왜 하나님은 인간에게 언약을 주실까요? 토마스 보스턴은 하나님이 언약을 주신 이유를 가리켜, “사람으로 하나님의 선하심을 알게 해 하나님께 있는 광대한 사랑을 누리게 하시기 위함”이라고 말했습니다. 곧, 하나님이 인간과 언약을 맺으신 것은 하나님이 그것이 필요하셔서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광대하심을 나눠주시기 위함이었습니다(신 7:7, 8; 겔 16:8). 하나님은 이미 영원히 행복하셔서, 스스로 언약을 주셔서 사람에게 영원한 복락을 주실 필요도 없으셨지만, 하나님은 인간에게 하나님의 선하심과 사랑이 얼마나 광대한지를 보여주시기 위하여 언약을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가 마땅히 받을 자격이 없는 것들을 우리에게 주시겠다고 약속하시는 이유는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를 행복하게 하심으로 하나님의 광대한 사랑을 나타내시는 것입니다.
(5) 언약의 목적
나아가, 하나님이 우리에게 언약을 주시는 이유는 우리가 기쁜 마음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며 그와 교제하도록 하시기 위함입니다. 이는 하나님께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약속에